K-원전, 방글라데시에 심었다…노후 `연구용원자로 개조

우리나라가 65년 전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연구용원자로와 동일한 원자로를 자체 기술력으로 디지털화해 방글라데시에 전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글라데시 원자력위원회가 발주한 연구용원자로(BTRR)의 디지털계측제어계통 일괄 개조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3일 밝혔다.
방글라데시가 1986년부터 가동한 BTRR은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했던 트리가마크-2와 같은 원자로다. 개조사업은 BTRR 노후화에 따라 아날로그 방식의 계측제어계통을 디털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원자력연은 2021년 사업을 수주했다. 원자력연은 BTRR의 디지털계측제어계통의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 교육훈련까지 턴키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후 24시간 연속 운전을 마쳐 지난 11월 최종 사업 종승
디지털계측제어계통은 원자로의 운전 상태를 감시·제어하고, 이상 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는 핵심 설비다. 원자력연은 개조사업을 통해 원자로의 중성자를 측정하는 핵계측기와 원자로 계통의 온도, 유량 등을 점검하는 공정계측기를 새로 설치했다. 또한 원자로 제어계통을 이중화해 BTRR의 안전성을 높였다. 운전원이 원자로 운전에 사용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인간공학적으로 설계해 운전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완료해 곧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신규 연구용원자로 건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욱 원자력연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수입했던 트리가마크-2를 이제 우리 손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성과는 연구로 기술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